




Dialogueye I (2013)
어두운 방. 그 안의 마주보는 텅빈 벽 한가운데 나란히 있는 아주 조그마한 흰 '점(點)' 둘이 동시에 깜빡이고 있다. 이 두 점은 어느새 '눈(目)'이 되어 방 안으로 들어온 나를 바라본다. 묘한 호기심에 이끌려 점점 두 눈쪽으로 다가가자 그 커다란 벽은 순식간에 수천개의 크게 뜬 눈으로 가득차 나를 압도하며 뚫어져라 주시한다. 겁에 질린 내가 오른쪽으로 몸을 피하면 그들은 재빠르게 치켜뜬 눈알을 휙 돌려 다시 나에게로 향하고, 털썩 주저 앉은 나를 향해 눈알을 내리깔고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한다. 이 방에 내가 존재하지 않는 척 미동도 없이 숨을 참고 있노라면 비로소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그들이 서서히 긴장을 풀고 각자 딴짓을 하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자기들끼리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쑥덕쑥덕 무언가 '말(語)'을 하기 시작한다.
눈은 원래 보는 역할을 하지만, 때에 따라 입보다 더 많은 말을 우리에게 전하기도 한다. 눈이 많이 모이면 그들의 말이 말 같기도 하고 말 같지 않기도 하며, 때론 누구를 향한 말인지 조차 불분명 해지기도 한다. 눈들이 하는 말은 굉장히 거칠기도 부드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심지어 방 안의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기도 하고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방 안에서 다시 정신을 차려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웅성이던 눈들은 순간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나를 다시 주시하고 감시한다. 그들에게 나는 친구이자 적이며 애완동물이고, 내가 한발 물러나 방을 나서려 하면 그 큰 벽의 눈들은 점점 사라져 중앙의 두 '점'만 남아 다시 깜빡이기 시작한다. 벽엔 아무도 없지만 모두가 거기에 있기도 하다.
작품 'Dialogueye'는 '눈(目)'으로 표현된 '점(點)' 을 통해 우리를 돌아본다. 점은 가장 간결한 존재의 형태로서 모든 물질의 근원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세계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점은 한명의 '인간'이기도 하며, '나'이고, 또한 '너'이기도 하다. 점은 또 다른 점과 만나 선이 되고 다시 면이 된다. 고로 점선면은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 사이의 관계이다.